내가 생각하는 #연결감
이 글은 2018년 10월의 첫번째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같이 기획한 예술인들의 생각을 모은 것입니다.
이름하여,
내가 생각하는 '연결감'
저에게 연결감은 ‘맞장구’에요. 맞장구에 담긴 소리, 그리고 그 소리과 말들에 담긴 서로간의 마음들이 닿는 바로 그 순간이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 맞장구를 많이 치려고 해요. 제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다시 앵무새처럼 반복하기도 하구요.
그 마음닿음이 너무 좋거든요. 그래서 이런 연결감은 수학적인 도형으로는 나라는 점과 상대라는 점을 잇는 ‘선분’이 아닐까요. 또는 웜홀같기도 하구요. 재미난 것은 이 선분을 긋는 손이 때로는 내 것이고, 때로는 상대방입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긋기도 해요.
정말 가끔은, 연결감을 드러내는 연막탄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봐요. 야간 레이저쇼 같이 말이에요.
/ 정경록 (“세 높이로 듣기” 진행 예정)
저에게 연결감은 ‘숨을 쉬고 있는 몸’에서부터 출발해요. 나의 숨이 고요하며 힘있게 내 몸 안에 머물고 있음을 느끼는 내가, 마찬가지로 오롯이 숨을 쉬는 너를 만날때, 우리 사이에는 선명한 액션과 리액션이 이루어져요.
너에게 단순하게 반응하는 몸. 애써 무엇을 하고 있는 몸이 아니라 그저 되어지는 몸. ‘오늘, 지금, 여기’에서 내가 쉬고 있는 딱 그만큼의 숨으로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며 연결되고 싶어요. 쉽지가 않아요. #연결감
그래서 “어둠속의 댄서” 에서는 몸을 통해 나와 상대방, 그리고 나와 세계가 ‘여기 존재한다’는 것을 감각해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해요.
/ 황은후 (“어둠속의 댄서” 진행 예정)
저는 연결감을 느낄때 몸과 마음에 큰 에너지가 생겨요. 이 기운이라면 뭐든 할수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있잖아요.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이 에너지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왤까?' 생각해보면 괜찮지 않은 것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 워크숍을 경험하면서 완전한 연결감까지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괜찮아"라는 조그마한 믿음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어느날 갑자기 그 옛날 몸을 던지며 놀던 그 에너지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 송철호 (“어둠속의 댄서” 진행 예정)
저는 어느 순간 제가 느끼는 감정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기분과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은데, 평상시에 우리가 쓰는 표현들은 참 한정적이에요.
그런 것들이 일상화되다 보니 다양한 감정들조차 단편적으로 치부해버리고 잊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래서 사전적 정의가 아닌 제 감정을 스스로 깨닫고 정의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나의 기분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어야 일상을 회복하고 나의 삶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감정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 나와 내가 연결이 되어야 나와 타인으로 그리고 내가 사는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감정을 인지하고 타인이 표현하는 나를 통해 사소한 연결감부터 느껴볼 수 있었으면 해요.
/ 박주희 ("오늘의 색"진행)
우리는 매일 우리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은 세상과 맞닿는 가장 긴밀한 내면의 창문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들여다 보아주고 있나요. 나는 나를 얼마나 깨끗하게 세상으로 투영하고 있나요.
가장 원초적인 최초의 교류 수단이자 언어안에 잠식된 거리낌 없는 나를 표현할 얼굴과, 그 ‘표정’을 통해 돌보아지지 못했던 나의 감정들을 찾아내보고 또 함께 공감하고 소통해보려 합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혹은 그저 눈을 마주치는 것.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힌트는 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정혜진(“나의 표정 찾기” 진행 예정)
제가 끊임없이 원해 왔던 연결감은 내가 속한 세계와의 연결이었어요. 이 세계가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랐고,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순간 비로소 안전감 같은 것도 느꼈던 거 같아요. 행복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이번 워크샵을 준비하면서 제가 새롭게 깨달은 게 있어요. 연결하고 싶다. 연결되어있어야 한다라는 것이 나에게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었다는… 내가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나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거.
이제는 좀 놓여나고 싶어요. 놓여나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힘있는 나로 다시 연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장재화 (“실그림” 진행 예정)
저는 대화가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이런 말은 해도 될까, 내 말을 오해하지는 않을까, 이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말을 고르다 보면 정작 할 말이 없어지는 때가 많아요. 게다가 그런 생각을 하느라 상대의 말을 놓치기도 하고요.
어느 순간 내가 누구와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는 이상한 상황이 되기도 해요. #연결감 의 부재는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대화를 해야 해'라는 의식을 못 하고 편한 대화를 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연결감이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연결감을 통해 느끼는 안전하다는 감각은, 수줍지만 장난스러운 내 안의 어린아이가 바깥으로 나와 마음껏 놀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워크숍에서는 실 전화 통신을 준비했어요.
실 전화 너머로 당신의 말을 정성스레 전하고, 돌아오는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가느다란 실이 두 사람을 무사히 연결할 수 있도록.
/ 권혁민 ("실 전화 통신" 진행 예정)